감정의 소비와 마음의 속도.


오랜만에 글을 쓴다.



여유가 없을땐 감정의 낭비를 줄이려고 노력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시간이 없을 때 맨 먼저 난 무엇을 줄여왔을까.
여가시간이다. 쉬고 난 다음 맨 먼저 하고 싶은 떠올렸을때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해야 할 것을 선택했다.

바보같이 왜 그 생각을 못했을 까. 생각이 여유가 있을 수록
하는 일도 더 잘하는 법이거늘, 잠시 또 바삐 가려고 마음의
속도와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바쁘게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놀이는 점점 후순위로 밀려났다.

머리가 활성화되려면, 의식적으로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가야
한다. 탄력적으로 살려면, 머리를 쓰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살아야 하는데 급한 성격이 또 앞을 가로막았다.
누구를 탓하랴만, 내 생활의 질을 유지하려고, 행복의 질을
떨어뜨렸다.



요근래 감정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바쁠수록
감정은 사치품인것처럼 취급된다. 감정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궁리를 했던 며칠 간이 있었다. 내겐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장점이 있는데, 내 박자, 내 속도를 무시하고 무지 달렸다.
마음이 나도 모르게 급해지니 생활 속 윤기가 빡빡해진다.
가뜩이나 많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더디 가는 것이
필요한데, 삶 속에서 소진되는 감정을 생략시켜 버릴 때가 많다.
남들도 그러겠지 하면서.


지난 몇 년간의 삶에서 질풍노도처럼 휩쓸고 간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내 박자와 내 속도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빨리 가려는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
버릇이 되버렸나. 의식적으로 마음의 속도를 떠올릴 때마다,
괴로움을 준 건 내 자신의 몫이 크지 않았냐는 생각이다.
모자란 나의 기질적인 부분들이 드러난다.


친구들의 얘기도 보탬이 된다. 먹귀라도 일단 듣고 나중에 곱씹어서
생각하게 된다. 지난 내 행동과 마음을 돌이켜보면서, 내 유능함 또한
다른 사람과 다름없는 '감정'을 가졌다는 것을.
그 감정이란, 늘 유능한 그 상태로 유지하고 싶고 보여지고 싶다는
것을. 사람인 이상 늘 그런 상태인 것은 비인간적인데 말이다.


남들에게 좋은 상대로만 보여지고 싶은 마음이, 인정욕구와
관련있고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픈 유능함과도 맞물려 있어, 유능하고자
할수록, 남들과의 인간미를 유지하기 위한 감정의 노동은 또 얼마인가.
그러고보니 이런 거품이 적잖이 끼어있는 관계망의 연속이다.


동기가 선해도, 마음 한 켠엔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유능한 효능감으로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자신의 마음엔 인정과 관련된
관계의 욕구를 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상대에게서 좋은 평판을 받는
일은, 수 많은 관계서적에서 씌여졌던 '성공'의 열쇠이자 자신확신의
힘을 주는 '동기'가 아니던가. 근데 왜 이게 갑자기 거품처럼 느껴지고
이런 일들이 싫어지는 것인지.

분명히 그 일들은 자기 안정과 관련되어 있다. 자기 안정감과 만족감.
유기체의 본능을 역행할수록, 누군가를 도와, 그 힘을 경험으로 리더쉽을
배우고, 역량을 기르는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성장경험인데. 갑자기 왜.
난 이런 일을 정지하고 휴지기 상태로 들어갔을 까.


마음은 들여다볼수록, 사는 건 길게 살수록 그 흐름의 방향이 드러난다.
내가 가졌던 초심을 본다. 초심은 흔들렸다. 때로는 심하게 폭풍을 맞아
칼은 녹이 슬어 생활의 단련으로 끊어내지 못하고, 그 칼로 때로는 사람을
베기도 했다. 칼이 방향을 잃으면 삶을 제어하는 데 쓰지 못하고 사람을
베어내버리기도 한다. 나 또한 그 칼에 몇 번을 맞아 쓰러졌고, 휘청거리다
다른 사람을 원망하며 베어내버리고 잊을 려고 했다.
그런게 '복수가 아니다'란 건 나중에서야 알게 되고, 급히 상처를 봉합하다
이제는 그 상처는 유기체의 훈장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놔둘 때도 많았다.


그렇게 감정의 관계들을 맞이하고 감정의 소비를 줄이려고 애를 쓰다가,
심지어 내가 갖고 있는 마음의 탄력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를 쓴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매사 모든 일에 완벽
해지는 것도 벅차면 비인간적인 안간힘을 쓰게된다.
역량이 그 정도일댄, 참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둬도 된다.
그게 내 속도고 내 감정의 진화이다.
내 생각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급한 상황에 휩쓸려버리지 않도록 해야겠다.
칼을 잊지 말자. 갖고 태어난 그 칼은, 생활의 조율을 위해서 쓰이는 것이지
사람을 상대로 썼다간 더 큰 감정의 소비로 내 마음이 급해지게 된다.




흉폭한 마음이란, 제 마음을 알지 못하고 과잉했을 때이다.






by 휘청 | 2011/11/25 22:10 | 생각나는것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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